전공자가 아니면 약간 버거울 수 있는 방대한 뇌에 대한 대장정 과학 역사책! 이렇게 두꺼운 책인 줄 알았으면 아마 시작을 주저했을 법한데, 전자책이라 그 분량을 직감적으로 알지 못했다. 한 달 동안 이것만 붙잡고 끝까지 읽는 데도, 아하 하는 환희와, 때로는 지식이 짧아 난해한 부분을 이해해보려고, 상당한 시간, 인내, 노력을 들여야 했다. 이렇게 전체를 조망하면서도 여러 학문 분야의 세세함을 놓치지 않고 글로 써내는 저자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이라는 것이 현재까지의 기술 수준과 지식 수준, 과거의 뛰어난 발견과 오류를 기반으로 현재 상태에서의 잠정적인 진실 또는 가장 진실에 가까운 임시 상태일 뿐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다. 더구나 뇌에 관해서는 그런 진실에 다가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오랜 노력의 긴 여정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참 훨씬 먼 길이 남았다는 것을 겸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가보다.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학교 때 들어보았던 데이비드 마의 계산적 시각 정보처리 모형, 마빈 민스키, 분리뇌를 연구한 로저 스페리를 비롯해 뇌와 관련된 역대의 철학자, 생물학자, 유전학자, 컴퓨터 과학자, 의학자, 심리학자들이 그 때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어떤 큰, 또는 작은 기여를 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우울증이나 조현병을 치료하는 데에 효과적이었다고 하는 약물, 생물화학적 기전도, 인공 신경망의 극적인 발전으로 머신 러닝, 딥 러닝이 놀랄만한 성과를 내는 것도, fMRI와 같이 뇌의 혈류 변화를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 엄청난 기법도, 단일 뉴런에 대한 정밀한 기제를 밝히는 것도, 정교한 커넥톰의 연구도, 사실 아직 뇌가 유기체에서 생태적으로, 전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뇌과학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궁금하다면 책을 끝까지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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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인용
하지만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약리학적 치료법의 경우 한 번씩 새로운 요법이 등장해 대유행했다가 다시 사그라지는 과정이 반복된다는 지금까지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몇 년 내의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적일 수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