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동아프리카 지역의 문화, 지명, 인명, 외국어가 많아서였는지, 초반에 잘 읽히지 않아서, 덮을까도 생각했다. 아프리카, 인도, 유럽식 이름을 가진 등장 인물들과, 잔지바르라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복합적인 문화 특징을 가진 지역의 풍경과 관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중반 이후에야, 3대에 걸친 인물들간의 관계도가 조금씩 이해되고, 동시에 이야기의 긴박감이 높아짐을 알 수 있었다.
식민지 시대와 혁명의 시대를 거치면서 피폐해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면서, 이루어질 수 없는 절절한 사랑 이야기이고, 조국과 가족을 버리고(?) 망명하여 영국에서 안정적인 대학 교수가 되었던 저자의 자전적이지만 허구인 소설이다. 현재는 탄자니아가 된 화자, 라시드의 고향, 잔지바르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가 떠나온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죄책감이 진하게 묻어나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며칠은 멍하니 그 이야기를 곱씹어보게 만든 작품이다. 구르나의 다른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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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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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2021 노벨문학상 수상
떠났으되 떠나지 못한 이들의 초상을 연민어린 시선으로 복원해내는 걸작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일곱번째 장편소설 『배반』이 출간되었다. 아프리카 출신 작가로는 네번째로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주요 무역 거점으로서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공존해온 잔지바르에서 태어나 1968년 영국으로 이주했으며, 서로 다른 문화의 충돌을 소재로 20세기 조국 잔지바르의 정치적 환란과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디아스포라의 삶을 연민어린 시선으로 탐구해왔다. 2005년 발표한 『배반』은 제국주의의 그림자가 짙어지던 1899년, 그리고 독립과 혁명의 광풍이 사회를 휩쓸었던 20세기 중반에 각각 싹튼 비밀스러운 열정을 중심으로 인종의 차이를 초월한 사랑, 그것을 압도하는 전통의 굴레와 시대의 격랑, 그리고 삶을 이어가게 하는 이야기의 힘을 그린 작품이다. 기묘한 운명으로 얽힌 연인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그가 평생에 걸쳐 천착해온 ‘떠남’과 ‘단절’의 주제를 가족, 조국과의 관계로까지 자연스럽게 확장시켜나가는 이 소설은 작가의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높은 평가를 받으며 커먼웰스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강렬한 내러티브를 쌓아나가는 능력과 가족 간의 역학관계를 포착하는 섬세한 시선, 인간 정신을 좀먹는 식민지배에 대한 이해를 완벽히 장악한 기량이 정점에 오른 작품”(〈시애틀 타임스〉) “구르나의 묘사는 마에스트로의 경지에 이르렀다”(〈가디언〉) 등의 찬사를 받았다.